나는 구월 중순에 있어 너그럽지 못한 걸까.
"울지 않는 때가 오면 치료는 끝난다."고 말했던 선생님 앞에
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울며
나를 설명할 수 없던 지난주 어느 날
복잡한 생각을 아직 추스르지 못한 걸까.
내 약은 잘 챙겨 먹으라는 당신보다
그만 먹으라는 당신이 더 많겠지만
그럼에도 약이기에 나는 핑계했다
제대로 챙기지 않아서일 거라고.
하루 세 번 챙기면 다시 괜찮겠거니
했는데 못 챙겼으니까.
지금 괜찮지 않은 거라고.
평생 조절하며 함께 해야 한다는 너는
잊힐 때쯤 불쑥 찾아와
나의 하루를 온통 어둠으로 만들고서
어디부터 닦아내야 하는 건지 보이지도 않는다.
「죽고싶은 당장 이 순간을 버텨서
오늘 하루가 무사한 것만으로도
나 너무 잘했다 싶어」 _ 오늘까지의 날들 중 어느 날, 나의 일기 안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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